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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검사에서 '용혈' 이라고 적혀 있을 때

혈액검사에서 ‘용혈’이라고 적혀 있으면 결과를 믿어도 될까

검사결과에 ‘용혈’이라고 적혀 있다고 해서 모든 수치를 버려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용혈이 생기면 특히 칼륨, LDH, AST 같은 일부 항목이 실제보다 높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용혈이 얼마나 심한지, 어떤 검사 항목이 영향을 받았는지를 따로 보는 것입니다.
결과가 중요한 판단을 바꿀 정도라면, 그때는 새로 채혈해 다시 확인합니다.[1,3]

진료실에서 검사결과를 설명하다 보면 의외로 자주 마주치는 문구가 있습니다.

“용혈 검체입니다.”

이 문구를 처음 본 분들은 대개 비슷한 질문을 합니다. “혈액에 문제가 있다는 뜻인가요?” 혹은 “그러면 이번 검사결과는 전부 못 믿는 건가요?”라고 묻기도 합니다.

실제 결과를 볼 때는 그렇게 단순하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먼저 몸 안에서 실제로 용혈이 생긴 것인지, 아니면 채혈한 뒤 시험관 안에서 적혈구가 깨진 것인지부터 구분하고, 그다음 어떤 검사값이 영향을 받을 수 있는지를 봅니다.

혈액검사에서 용혈이 확인됐을 때 칼륨·LDH·AST에 미치는 영향과 검사 전체를 폐기하지 않고 재검 여부를 판단하는 4단계 인포그래픽
용혈이 있다고 모든 검사결과를 버리는 것은 아닙니다. 칼륨·LDH·AST처럼 영향을 받기 쉬운 항목과 용혈 정도를 확인하고, 결과가 진단이나 치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재검을 고려합니다.

검사결과의 ‘용혈’은 무슨 뜻일까?

용혈(hemolysis)은 말 그대로 적혈구가 깨지는 현상입니다. 적혈구가 손상되면 안에 있던 헤모글로빈과 여러 성분이 혈액의 액체 부분으로 흘러나옵니다.

그런데 검사결과지에서 말하는 용혈은 크게 두 상황을 구분해야 합니다.

  • 몸 안에서 실제로 적혈구가 파괴된 경우
  • 채혈이나 검체 운반·처리 과정에서 시험관 안의 적혈구가 깨진 경우

첫 번째는 실제 질환과 관련될 수 있는 체내 용혈(in vivo hemolysis)입니다. 반면 두 번째는 검사실에서 훨씬 흔하게 접하는 체외 용혈(in vitro hemolysis)로, 채혈부터 검사까지의 과정에서 생긴 검체 문제에 가깝습니다.[1,2]

예를 들어 채혈한 혈액을 지나치게 세게 흔들거나, 주사기를 이용한 채혈·이송 과정에서 혈구가 손상되면 용혈이 생길 수 있습니다. 2025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정맥채혈 가이드라인에서도 이러한 용혈을 대표적인 검사 전 단계 오류로 다루고 있습니다.[2]

따라서 건강검진 결과에서 ‘용혈’이라고 적혀 있다는 이유만으로 몸 안에서 적혈구가 파괴되고 있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왜 용혈이 생기면 검사값이 달라질까?

적혈구 안에는 혈청이나 혈장보다 훨씬 많이 들어 있는 성분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적혈구가 깨지면 그 성분이 밖으로 나오면서 검사값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또 적혈구에서 나온 헤모글로빈 자체가 검사 반응을 방해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용혈의 영향은 모든 검사에서 똑같지 않고, 검사항목과 검사방법에 따라 상승하기도 하고 감소하기도 합니다.[1]

그중 일반 혈액화학검사에서 특히 눈여겨보는 것이 다음 세 가지입니다.

검사 용혈 시 흔한 변화 왜 주의할까?
칼륨(K) 가짜 고칼륨혈증처럼 보일 수 있음
LDH 용혈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음
AST 간 문제처럼 보일 수 있음

2026년에 실제 환자 678명의 용혈된 검체와 다시 채혈한 비용혈 검체를 비교한 연구에서도 LDH와 칼륨은 용혈 정도가 증가할수록 비교적 뚜렷하게 변했고, AST 역시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항목으로 확인됐습니다.[3]

칼륨이 높게 나왔는데 용혈 표시가 있다면?

가장 흔하게 문제가 되는 상황입니다.

적혈구 안에는 칼륨이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적혈구가 깨지면 혈액검사에서 칼륨이 올라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용혈된 검체에서 칼륨이 약간 높다고 해서 곧바로 실제 고칼륨혈증이라고 판단해서는 안 됩니다.[1,3]

실제 진료에서는 숫자 하나만 보지 않습니다.

  • 용혈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 이전 칼륨 수치는 어땠는지
  • 신장기능에 문제가 있는지
  • 칼륨을 올릴 수 있는 약을 복용하고 있는지
  • 현재 칼륨 수치가 치료가 필요할 정도인지

이런 조건을 함께 봅니다.

특히 칼륨 수치에 따라 치료 여부가 달라지는 상황이라면 “아마 용혈 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하기보다 새 검체로 다시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LDH가 높다면 더 조심해서 봐야 한다

LDH는 용혈에 특히 민감한 검사입니다. 적혈구 안에도 LDH가 많이 들어 있기 때문에 경도의 용혈에서도 수치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1,3,4]

그래서 검사결과를 보다 보면 다른 검사에는 뚜렷한 이상이 없는데 LDH만 높고 동시에 용혈 표시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럴 때 LDH 상승만 보고 곧바로 조직손상이나 특정 질환을 의심하기보다는 먼저 용혈 때문에 올라간 것은 아닌지를 확인하는 편이 순서상 맞습니다.

AST가 높으면 간 문제 아닐까?

AST는 흔히 ‘간수치’라고 부르지만 간에만 존재하는 효소는 아닙니다. 적혈구에도 있기 때문에 용혈이 생기면 AST가 높게 측정될 수 있습니다.[3,4]

예를 들어 AST는 조금 높은데 ALT는 정상이고, 검체에는 용혈 표시가 있다면 AST 상승을 곧바로 간손상으로 해석하기보다 용혈의 영향을 먼저 고려할 수 있습니다.

물론 실제 간질환과 용혈이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기 때문에 “용혈이 있으니 AST 상승은 무조건 가짜다”라고 반대로 단정하는 것도 맞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용혈이 있으면 다시 채혈해야 할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부분이 용혈 결과를 해석할 때 가장 중요한 원칙입니다.

용혈이 있다고 검사 전체를 폐기하는 것이 아니라,
용혈 때문에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는 검사만 따로 판단합니다.

현대 검사장비는 흔히 용혈지수(hemolysis index, HI)를 이용해 검체에 어느 정도의 용혈이 있는지를 평가합니다. 검사실은 이를 각 검사항목의 용혈 민감도와 함께 판단합니다.[1]

대략적인 원리는 이렇습니다.

  1. 용혈 영향이 거의 없는 검사라면 결과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2. 약간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임상판단을 바꿀 정도가 아니라면 주석과 함께 결과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3. 용혈 때문에 결과가 의미 있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면 해당 결과는 신뢰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재채혈을 고려합니다.
  4. 검체가 매우 심하게 용혈됐다면 여러 검사결과 자체를 다시 확인해야 할 수 있습니다.

유럽임상화학검사의학회(EFLM)도 이러한 검사항목별 접근을 권고합니다. 즉, 용혈된 검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결과를 일괄적으로 버리는 방식은 권장하지 않습니다.[1]

결과지에 ‘용혈 1+’, ‘2+’가 있으면 어느 정도일까?

여기서는 숫자를 인터넷에서 검색해 다른 병원의 기준과 직접 비교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용혈지수와 각 단계의 의미는 검사장비와 시약, 검사실 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같은 정도의 용혈이라도 검사마다 영향을 받는 정도가 다릅니다.[1,3]

그래서 “HI가 몇 이상이면 칼륨을 못 믿는다”는 식의 하나의 숫자를 모든 검사실에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 진료에서는 무엇을 확인할까?

검사결과에 용혈 표시가 있다면 저는 결과지를 통째로 버리듯 보지는 않습니다. 먼저 이 결과 중 어떤 숫자가 용혈 때문에 흔들릴 수 있는가를 봅니다.

특히 칼륨, LDH, AST처럼 용혈에 민감한 항목이 비정상이라면 그다음에는 다음 순서로 확인합니다.

① 용혈 정도 확인

② 용혈에 영향을 받는 검사인지 확인

③ 이전 검사와 비교

④ 다른 관련 검사와 함께 판단

⑤ 결과가 진단이나 치료를 바꿀 정도라면 재검

이렇게 보면 용혈이라는 표시 하나 때문에 필요 이상으로 걱정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중요한 이상 수치를 그대로 믿는 실수도 줄일 수 있습니다.

반복해서 용혈이 나온다면?

한 번의 용혈은 채혈이나 검체 처리 과정에서 흔히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다시 채혈했는데도 반복해서 용혈 소견이 나타나거나, 빈혈·황달 등 실제 적혈구 파괴를 의심할 만한 다른 소견이 함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이 경우에는 단순한 검체 오류만 생각하지 않고 몸 안에서 실제 용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인지 별도로 평가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무엇을 믿어야 할까?

검사결과에서 ‘용혈’이라는 글자를 발견했다면 “이번 검사는 전부 틀렸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하면 됩니다.

용혈은 검사 전체를 무효로 만드는 표시가 아니라,
일부 검사값이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을 알려주는 ‘검체 품질 경고’에 가깝습니다.

특히 칼륨·LDH·AST가 비정상이라면 용혈의 영향을 한 번 더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수치가 실제 진단이나 치료를 바꿀 정도로 중요하다면, 가장 깔끔한 방법은 용혈되지 않은 검체로 다시 확인하는 것입니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의학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내용입니다. 개인의 검사결과에 대한 진단이나 치료 결정은 증상, 병력, 다른 검사결과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참고문헌

  1. Lippi G, Cadamuro J, von Meyer A, Simundic AM. Practical recommendations for managing hemolyzed samples in clinical chemistry testing. Clinical Chemistry and Laboratory Medicine. 2018;56:718-727. DOI: 10.1515/cclm-2017-1104.
  2. Chang J, Choi S, Cho H, et al. Standards and Practice Guidelines for Venous Blood Collection: Consensus Recommendations from the Korean Society for Laboratory Medicine. Annals of Laboratory Medicine. 2025;45:343-357. DOI: 10.3343/alm.2025.0022.
  3. Hung YE, Chiu YI, Shiesh SC, et al. The influence of haemolysis in patient samples on biochemical tests analysed using Roche Cobas 8000 analyzer. Annals of Clinical Biochemistry. 2026;63:58-68. DOI: 10.1177/00045632251356827.
  4. Lippi G, Salvagno GL, Montagnana M, Brocco G, Guidi GC. Influence of hemolysis on routine clinical chemistry testing. Clinical Chemistry and Laboratory Medicine. 2006;44:311-316. DOI: 10.1515/CCLM.2006.054.

근거 최신성: 2026년 9월 기준. 용혈 검체를 일괄 폐기하지 않고 검사별 영향과 용혈 정도에 따라 판단한다는 원칙은 EFLM 권고에서 제시됐으며, 2025년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정맥채혈 지침과 2026년 실제 환자 검체 연구에서도 현재까지 같은 방향성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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